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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설의 "라면 먹고 갈래요?"가 포함되었지만 그외적으로도 정말 극찬에 가까운 디테일과 전개방식이 훌륭한 영화
아직 진행하지 않은 유지태를 보며 진짜 멍청인가 싶은 장면이었는데 한 번 꼬면서 어떻게든 진행하려 하고 이영애가 거부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 디테일한 연출이 참으로 놀랍고 시청자들을 속이는 듯 해서 참 재밌고 신기했습니다.
초반 유지태의 연기력은 좋다는 느낌은 못 받습니다. 근데 정말 놀라운 건 극초반 이후에는 그의 연기력에 완전히 빠져서 나중엔 감탄까지 하게 됩니다.
영화적 아름다움의 표현력이 참 좋습니다. 이영애가 "좀 들어볼까요?" 할 때 피아노 음이 슥 나오면서 전개되는 게 2022년 지금봐도 너무 자연스럽고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했습니다.
예전에 학창시절 때 'MC스퀘어'라고 히트를 쳤던 게 있는데 유지태의 업무를 보면서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에 안드는 표정은 거울에 비춰보이는 연출, 아주 좋습니다. 칭찬받아 마땅할 정도의 연출력입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릴 땐 유지태씨가 그냥 웃어보이는 혹은 무표정의 장면의 연출이 정말 아주 기가 막혔다고 생각합니다.
저 당시에 집안에 노래방이 있다니...이런 부분들이 디테일하지만 센세이션 부분들이 좋습니다.
영화에서 이영애의 상황이 이혼을 한 상황이라는 설정도 그당시에는 굉장히 파격적일 수 있음에도 영화상으로 막 부각시키지 않는 연출 또한 아이러니해보이면서도 훨씬 더 좋게 다가왔습니다.
전개가 '그럴 수도 있긴 하지'하는 장면들이 슥슥 지나가도록 설정한 연출들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이 부분에서 대사를 빠르게 말하거나 읊조린 게 아니라, 암묵적인 상황을 넣어 상황 변환을 빠르게 시켰단 겁니다. 특히 장면이 종결되거나 이전에 '혹시나 맞나?' 하면서 영화를 감상하기 때문에 다 이해가 간다는 점이 참으로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오묘하게 잘 만든 장면입니다. 진짜 사랑인지, 그저 현재 상황을 무사히 넘기려는 상황인지...이런 감정 디테일이 오묘한 게 정말 연출력이 좋다고 생각이 듭니다.
꽤 오래 전 영화임에도 참 착한사람증후군의 상을 잘 반영했습니다. 내가 너무 싫더라도 나쁘게 끝내긴 싫어하는, 그런 이기적이면서도 좋게 좋게 끝내려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물론 자신은 나쁜사람이 되기 싫어서 최대한 좋게 좋게 끝내려고 하는 건 있지만, 그 당시는 차라리 말을 안할지언정, 모든 걸 모를지언정, 상황을 극단으로 만들지도 않고 헤어지면 이유가 거의 성격이 맞지 않았다는 식의 얼버무림의 느낌을 영화상으로 정말 잘 표현했습니다.
2.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나 사랑하니?" 에서의 유지태의 연기력은 정말 지립니다.
수색역이란 매개체를 참 잘 만들었습니다. 가족과의 연관도 잘 만들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데에 대한 눈물의 호소 또한 수색역으로 표현하여 희노애락이 가득한 추억의 장소를 표현함에 아주 부족함이 없는 설정이었습니다.
이영애가 유지태에게 배워서 면허도 땄나봅니다. 초록색 티코를 렌트해서 남자를 만나러 가다니...유지태가 얼마나 가증스러웠으면 렌트카를 쇠 열쇠로 긁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들의 연애를 잘 표현했다' 라고 위에서 표현했는데 이영애의 렌트카를 열쇠로 긁는 장면은 초등학생들이나 할 법한 장면이었습니다. 참으로 말은 없는데, 그 내막을 표현하는 행동들이 왔다갔다 하는 게 정말 놀라우면서도 재밌었습니다. 이런 뻔하지만은 영화가 재밌습니다.
3. 유지태가 할머니에게 울으면서 모든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은 정말 그당시의 남자상을 잘 표현한 면이 많습니다.
그당시 남자상은 무조건 힘든 건 참고 넘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그러다가 한번씩 크게 울음을 포효하며 쓰러지고 다시 일어섰던 게 당시의 남자상이기 때문입니다. 잘 보면 그당시엔 남자는 울으면 안되는 단단한 존재가 돼야 한다로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 또한 수색역 안에서 울음을 포효해서 매개체를 참 잘 이용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할머니 曰 : 힘들지?...버스하고 여자는 떠나면 잡는 게 아니란다.
유지태가 혼자서 갈대밭에 가서 음향을 따는 이 장면은 참으로 유명하면서도, 영화에서 보니 적절히 잘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그 갈대밭을 거닐며 갈 때는 이영애의 정말 그 사랑스러웠던 시절의 콧노래를 틀면서 가는 게 더 여운이 감돌았습니다.
4. 학생들이 나와서 단체로 강 옆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건 이해가 안됩니다.
주변에 학교도 안보이는데 견학을 했다면 대절버스도 없이 아이들이 의자랑 악보랑 악기들을 다 가지고 와서 연주하는 건 좀 많이 오버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장면이 거의 없으니 눈감고 한 번쯤 넘어가는 정도이나 어떻게든 이 장면을 넣고 싶어한 감독님의 의중이 다분히 대놓고 보이는 장면입니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도 이 장면은 좀 오버였습니다.
안에 차를 세울 수도 있었을텐데 굳이 방송국 바깥에 차를 세워두고 차를 타는 건 좀 오버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시라면 "내가 누군줄 알아?"가 더 성행했을테고 그렇게 방송국과 연계된 사람이면 더더욱 방송국 안에 차를 뎄을수도 있었을텐데 그 부분은 좀 아쉽습니다. 물론 방송국이니까 외부인은 주차 안된다고도 할 순 있지만, 이건 유지태가 애인의 외도 장면을 보게 하기 위한 너무도 보이는 영화적 설정이라서 좀 아쉬웠습니다.
이 영화의 큰 아쉬운 점이 하나가 있는데, 주제의식이 불분명하다는 겁니다. 결론적으론 그냥마냥 묵묵히 조용히 자신의 생각과 행동의 길을 걸어갔던 유지태에게 남는 건, 하나도 없었고 그래서 그런지 '그래서, 감독 당신이 말하려는 바가 뭔데?' 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나서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전개며, 디테일이며, 어른들의 생각과 행동방식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 생각이 듭니다. 정말 많이 추천합니다. 아, 그리고 맨 위에 이 영화를 보며 유재석이 생각난다고 했는데, 유재석은 어떤 상황에서든 가장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어떻게 보면 묵묵히 일을 처리하고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왔고, 심지어는 자신에게 나쁜 행동을 보인 사람에게도 아무말 하지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런 대인배적인 모습 때문에 이젠 주변인들이 쉴드를 쳐주는 상황이 왔고 지금도 1인자의 자리를 지키는 걸 보면, 지금까지의 행동을 어떻게 했고 어떤 자세가 가장 어른스러운 자세인가를 생각하게 되기에, 이 영화 정말 유재석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또 보겠냐고 하면, 당연히 그럴 의향이 있으며 연애하는 어른들이 봐도 참 생각이 많아지고 좋은 영화라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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